[사건파일]8일간 금천구청 떠돈 진정서

2018-09-01 42



앞서 보신 것처럼 주민들은 사전에 금천구청에 이 문제를 알렸다,

반면 구청 측은 사고 전날 저녁에서야 이 문제를 알게 됐다는 입장인데요.

오늘 사건 파일은 '8일간 떠돈 진정서'입니다.

양 측의 엇갈린 주장은 사고 현장에서도 터져나왔습니다.

[황인 / 서울 금천구청 건축과장(어제)]
"어제 퇴근 무렵에 진정서가 건축과로 도착해서 일정대로 하면 오늘 정밀 조사를 했을텐데…."

[황인 / 서울 금천구청 건축과장(어제)]
"(22일 구청장님 앞으로 보냈잖아요!) 어제 퇴근 무렵에 왔다고 해요."

[황인 / 서울 금천구청 건축과장(어제)]
(해당 부서로 민원이 전달되는데 7~8일이 걸리나요?)
"진정서 접수 방법의 차이인데 중간 과정은 저희가 상세하게 확인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."

주민들은 지난 8월 22일 화면에 보이는 민원 서류, 즉 진정서를 금천구청에 우편으로 접수했습니다.

오피스텔 공사 때문에 아파트 주차장이 갈라졌으니 빨리 조사해달라는 내용입니다.

하루 뒤 진정서를 배송받은 금천구청 당직실은 참조란에 표시된 '환경과' 우편함에 넣었는데요.

하지만 환경과 직원이 이 서류를 발견한 건 나흘이 지난 8월 27일 월요일 오전 11시 30분이었습니다.

[서울 금천구청 환경과 직원(음성변조)]
"저는요. 월요일에 받아서 바로 (건축과) 우편함에 보냈어요. 저는 갖고 있지 않았어요. 1분 갖고 있었어요. 1분."

나흘 만에 진정서를 발견한 환경과 직원은 '1분' 만에 이 서류가 건축과 소관이라고 판단하고

공익 요원에게 건축과 우편함에 넣어두라고 했다는 겁니다.

하지만 건축과 과장이 이 진정서를 받아보기까지는 또다시 사흘이 걸렸습니다.

어떻게 된 일일까요? 이번에도 문제는 '우편함'이었습니다.

우편함으로 전달된 진정서가 담당자의 손으로 들어까지 어김없이 사흘의 시간이 걸린 겁니다.

그렇게 여드레 동안 금천구청 내부를 떠돈 진정서는 사고 전날 퇴근 무렵에야 담당자에게 전달됐습니다.

[서울 금천구청 관계자]
"접수돼서 이첩되는 과정에서 좀 지연 됐다…. 그 이후는 내부적으로 확인 중이라는 말밖에는 더 드릴 말이 없습니다."

금천구청은 이번에도 내부적으로 문제를 확인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는데요.

지난 4개월 동안 직접 찾아가고, 진정서 접수까지 했던 주민들의 구원 요청 목소리는 구청 청사 안을 떠돌고 맴돌기만 한 셈입니다.

사건 파일이었습니다.

성혜란 기자 saint@donga.com